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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헌법소원 기각됐지만…정당법에 발목 잡힌 지역정당을 아시나요? [일요신문 2024. 6. 13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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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4-08-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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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민들레당

은평민들레당의 사례가 일요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해당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보도] 헌법소원 기각됐지만…정당법에 발목 잡힌 지역정당을 아시나요? :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3773&fbclid=IwZXh0bgNhZW0CMTEAAR3JoJ5UdFW2wfi9r0ZnRjYbs7AisG5yFhPfoOgsl0hM04eSJm5JWlEsiNI_aem_CHhBmtcttdS64ObGXvIsXw




[일요신문]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불법일 거다.”

6월 11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나영 은평민들레당 대표(본명 장나영) 말이다. 은평구 지역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은평민들레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정당이다. 나영 대표는 불법 정당을 표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선관위의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당법에 가로막힌 지역정당

나영 대표가 은평구에 온 것은 2017년 무렵이다. 그 후 은평녹색당 운영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은평녹색당 활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중앙당인 녹색당과 은평녹색당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다. 당시 녹색당은 더불어민주당 등과 연대를 모색했다. 녹색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은평녹색당 당원 30여 명이 탈당했다. 이들은 중앙당이 은평녹색당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나영 대표도 함께 탈당한 다음 정치 활동을 중단했다고 했다. 얼마 뒤 나영 대표는 지역정당을 만들어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당원 활동을 했던 나영 대표에게도 지역정당은 생소한 용어였다.

나영 대표는 곧바로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당원을 모집했다. 30명이 모였다. 주로 지역에서 협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었다. 당헌·당규와 당 강령도 만들었다. 당 강령에는 지역정치 활성화, 지역 상생 경제 구축, 기후위기 대응, 노동권 보호, 성평등 실현 등의 가치가 담겼다. 대표, 사무처장, 운영위원 등 당직 인선도 마쳤다. 준비작업에 6개월 정도 걸렸다. 준비를 마친 다음 2022년 1월 16일 창당대회를 열었다.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신청했다. 중앙선관위는 얼마 뒤 우편으로 답변을 보냈다. 정당으로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한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정당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이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 처음 만들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정당법에 수도인 서울에 중앙당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었다. 1969년 개정안은 지구당 1000명 이상의 당원을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당 난립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후 1972·1980·1993년 등 세 차례 이뤄진 개정에서는 관련 규제들이 대폭 하향됐다. 이때 △정당성립요건 완화 △창당 발기인 수 20명으로 하향 △정당 창당에 필요한 지구당 수를 24개로 완화 △언론인의 정당 가입 허용 등의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그러다 2004년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터졌다.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치권은 지구당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오세훈법)을 내놨다. 2010년에는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수를 중앙당 20명에서 2000명으로, 시·도당은 10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상향했다.

나영 대표는 처음부터 헌법소원을 염두에 두고 창당 작업과 정당 등록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은평민들레당은 정당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8조 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2항에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한 차례 정당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2007년 민주노동당은 정당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지구당이나 지역정당이 설립되면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고, 정당이 난립하게 되면서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1월 은평민들레당, 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정치당 등 중앙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지역정당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앞서와 같은 이유를 그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다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기류는 바뀐 것으로 보인다.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위헌정족수를 채우려면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정당법으로 지역정당 활동이 위축되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 정치 참여라는 정당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헌법도 이러한 규모의 조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역정당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정당법이 지역정당의 정당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역정당은 △지역 주민들의 이익 대변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 조정 △정치 참여 유도 △지역통합과 공동체 형성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역 현안과 관련 없는 국가적인 의제는 후순위로 다룬다. 시민단체와 달리 지역 정당은 지역 의회에서 정치적인 목적을 추구한다.

헌법소원 기각으로 은평민들레당은 여전히 불법 정당으로 남아 있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에 등록하지 않고 정당을 표방하면 불법이다. 이 때문에 은평민들레당은 현수막을 걸어 당의 이름과 활동 내용을 알리거나, 당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당비를 받을 수 없다. 선거 때는 후보를 낼 수 없다. 무소속 출마는 가능하지만, 은평민들레당 소속이라고 밝힐 수 없다. 다른 지역정당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부분이 불법이다. 정당으로 등록이 돼야 정당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선관위에서 (등록된) 정당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미등록 정당은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정당 활발한 선진국들

유럽은 지역정당이 활성화된 나라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연방제 국가인 독일이 있다. 독일은 한국보다 창당 요건이 단순하다. 연방선거관리위원장에게 정당의 당헌, 정강, 당직자들의 명단과 직책 등을 제출하면 창당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역정당 설립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편이다.

독일 지역정당은 쓰레기장 같은 기피시설 유치를 둘러싼 갈등 조정, 대규모 공단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 수렴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지역 주민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전국정당을 꺾고 지방의회를 장악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연정을 통해 집권세력이 된 지역정당도 있다. 전국정당인 ‘기독민주당’과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인 ‘기독사회당’은 2021년까지 약 16년 동안 집권했다.

영국은 정당으로 등록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직이나 당원 수에 대한 규제가 없다. 선거 및 국민투표법 제34조에는 영국 행정구역 최소단위에서 실시되는 선거에 참여하는 군소정당은 전국단위 정당에 적용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제도 아래에서 군소정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 웨일스당 등이 각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역정당 입김이 강하다. 카탈루냐 지역정당인 카탈루냐 공화좌파당은 지속적으로 카탈루냐 자치 정부 수장을 배출하고 있다. 1879년 창당된 공화좌파당은 카탈루냐 지역 좌파정당들의 연합 정당이다. 이들은 중앙에도 진출해 있다. 이 정당은 대의원(하원) 7석, 원로원(상원) 13석, 유럽의회 의석 2석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바르셀로나 엔 코무, 마스 마드리드 등의 지역 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이 정당들은 시장, 대의원·원로원 의원을 꾸준히 배출하며 지역과 중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당 체제인 미국에서도 지역정당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정당 설립에 관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주로 당의 후보자가 최근 2개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5% 이상 득표율을 얻어야 하고, 선거가 있는 해 7월 1일까지 1000명 이상 당원을 확보해야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처럼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지역에 지역당을 두도록 제한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 각 주에서는 알래스카주의 알래스카독립당, 캘리포니아주의 캘리포니아 국민당, 버몬트주의 버몬트 진보당 등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버몬트 진보당은 1981년 버니 샌더스를 버몬트주 빌링턴시 시장으로 당선되도록 도왔던 지역정치 조직이 주축이 된 당이다. 지금도 연방상원의원인 샌더스와 제휴를 맺고 있다.

윤현식 지역정당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처럼 정치권은 투표용지가 길어지고 정당이 난립할 수 있다는 식의 핑계를 대고 있다. 이는 중앙 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정치 세력의 공포 유발을 위한 가설에 불과하다. (지역정당이 활성화된 나라가) 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한국 사회의 정치적 민도나 기술 수준이 투표용지 기표란에 정당이 50개, 100개가 된다고 해서 감당 못할 정도가 아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뽑고 싶은 정당에 정확히 투표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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