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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치·기초의회의 현실과 대안을 논하다(20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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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21회 작성일 22-02-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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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치·기초의회의 현실과 대안을 논하다

지역정치 집담회 <정치의 미래, ‘기초’에 있다>

 

지역정치, 풀뿌리정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한다. 정치가 주민의 일상에서 실행될 때 민주주의가 생명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 지방자치 규정이 들어가 있고, 1995년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실행된 이유다. 그로써 지금은 구의원과 시의원 같은 기초·광역자치단체 의원과 구청장과 시장 등의 자치단체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역의 정치는 주목받지 못한다. 자신과 가깝게 있는, 밀착된 정치인일수록 주민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다. 혹시 자신이 속한 선거구의 구의원이 누군지 알고 있는지? 시의원은 아는지? 솔직히 이렇게 쓰고 있는 필자도 알지 못한다. 부산에 사는 시민이 서울시장이 누군지는 알아도 자기 동네의 구의원이 누군지는 모르는 게 대부분이다. 지역정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이렇게 큰 괴리가 있다.

이런 괴리를 좁히고, 지역의 정치를 주민들이 가깝게 느끼고 참여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 2022년 1월 12일,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었다. ‘노동·정치·사람’과 ‘지역정당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서울시 서남권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지역정치 집담회–정치의 미래, 기초에 있다>가 그것이다. 평소 같은 고민을 하는 터라 이 행사에 참석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글로 그 자리에서 나온 알찬 논의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집담회는 김한울 노동·정치·사람 집행위원이 사회를 맡아 ‘기초의회의 현실과 지역정치의 과제’, ‘지역정당 운동의 의의와 전망’, ‘지역정치와 정치개혁 과제’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다. 차승연 서대문구의회 의원(민주당), 김희서 구로구의회 의원(정의당),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 김준우 변호사(정치개혁공동행동), 윤현식 지역정당네트워크 정책위원이 함께했다.

 

구의원들, 일 잘하고 있을까?

현직 구의원인 차승연 의원과 김희서 의원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기초의회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차승연 의원은 “기초의회는 견제․감시를 넘어서 정책 생산이 주가 되어야 한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견제와 감시 역할조차 잘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기초의원들이 자질을 더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의원이라면 주민들을 환영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오히려 찾아오면 불편해하는 경향도 있다”며 주민들과 함께하려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지탄을 많이 받고 있지만, 가기 전에 해외연수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활동을 할지 주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다녀와서도 보고를 충실히 한다면 이해받을 수 있다며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김희서 의원은 정치인이 지역의 정치 활동에서부터 성장하지 않고 외부에서 수혈되고 있는 한국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의 유명 정치인들은 대개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법관 등의 율사, 또는 문국현, 안철수 같은 유명인사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당 활동을 통해 당원들에게 검증되고 지방의회서부터 국민들에게 검증된 이들이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렇게 정치인이 뿌리에서부터 성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구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충분히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양당 체제에서 공천만 받으면 쉽게 구의원이 될 수 있기에 주민보다는 공천권자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정치 구조와 공천권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정당이라는 새로운 실험

이어진 ‘지역정당 운동의 의의와 전망’ 파트에서는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가 지역정당이란 무엇이고, 왜 자신이 지역정당이라는 것을 하려고 하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역정당이란, 전국적인 규모를 가진 전국 정당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국가 전체의 일을 다루고 개입하는 기존의 정당과 달리 특정 지역 한 곳에 집중해서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과거 영국에서 스코틀랜드 독립 운동을 추진한 스코틀랜드독립당이나, 일본 오사카 시를 기반으로 두고 결성되었던 오사카유신회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다.(참고: <한겨레21>, “일본의 건강한 ‘지역주의’” https://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7456.html)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일단 정당법상으로는 안 된다. 한국 정당법은 정당이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ㆍ광역시ㆍ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을 둬야 하며, “정당은 5 이상의 시ㆍ도당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당은 꼭 전국 정당이어야 하며, 특히 중앙당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독히도 중앙 중심적, 서울 중심적이다.

이용희 대표는 발기인 30명과 직접행동영등포당을 창당하고 선관위에 정당 등록을 신청했으나 당연히 반려당했다. 그런데 정당법의 이런 규정은 헌법에 포함된 지방자치의 이상과는 어긋나지 않을까? 이용희 대표는 현재의 정당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신청해놓은 상황이다.

 

그럼 이용희 대표는 왜 이런 지역정당을 굳이 하려는 것일까? 그는 약 10여 년간 진보신당과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영등포 지역에서 활동해왔고,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주민자치회 등에서 다년간 참여해왔다. 그러면서 “결국 좋은 정치란 얼마나 주민이 주도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 그리고 거기에 대해 얼마나 함께 책임을 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정치적 각성 없이는 지역의 변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지역정당 창당의 이유다.

그는 지역정당이 ‘조기축구회’ 같은 것이 되길 바란다. “옛날에 볼 좀 찼다는 사람들은 손홍민 경기 같은 걸 보면서, 플레이가 어떻고 전술이 어떻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는 것보단 가까운 소소하게 만나서 조기축구회에서 뛰는 게 낫지 않은가? 그러다보면 지역을 대표하는 좋은 선수가 나올 수도 있고, 아마추어가 잘 되면 축구도 발전하는 게 아니겠나. 지역정치도 똑같다. 지역에서부터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거다.”

 

우리 앞에 놓인 정치개혁 과제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정당법처럼, 한국에는 지역정치의 부흥을 막는 제도적 한계들이 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의 김준우 변호사는 그 대표적인 예로 비례성이 극히 낮은 선거제도를 든다. 2018년 지방선거를 보면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92%의 정당득표율로 92.73%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5.24%의 정당득표율로 5.45%의 의석만 차지했다. 그 결과 광역의회는 1당 독재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 상황이다. 기초의회는 한 선거구에서 2~3명을 뽑는 중선구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1당 독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 둘이 대부분의 의석을 독식하고 있다. 이런 고착화된 상황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역정당이라는 시도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김준우 변호사의 말이다.

또 하나 그가 중요하게 지적하는 점은 중앙에 종속되어 있는 지역의 현실이다. “권한 자체가 지방에 별로 없는데, 청와대에 누가 들어가 있는지를 보고 내 지역을 위한 실리주의적인 투표를 하는 것을 보고 중앙에 매몰된 투표를 한다고 비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생각을 한다.” 즉 지역에 실제로 권한이 생기고 자율성을 얻고 나서야 지역정치도 활성화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윤현식 지역정당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정당법의 개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현재의 정당법은 1962년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큰 정당에 유리하고 작은 정당에는 불리한 내용들을 담아 양당 구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법 개정은 정당들의 셈법이 복잡해서 이루기가 쉽지 않기에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정당법 개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윤현식 정책위원은 지역정당이 실제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결사 형태보다는 지역 유지들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기 쉽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도 양당 구조를 깨려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역정당의 정치적 색깔이나 성향은 다양하겠지만, “결국 정치를 지역에서 활성화시키는 주체는 주민들”이라며, 지역정당이 풀뿌리의 자발적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개월 남은 지방선거지역의 정치는 어떻게 흘러갈까

2개월 남은 대선에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올 6월에는 제8대 지방선거도 열린다. 지방선거가 집권당의 정치를 심판하고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라, 진짜 지방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될 날은 언제나 올까? 중앙이 지역의 선거를 주관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중앙을 움직이게 되는 일은 가능할까? 지역정치가 중요하다고 말들만 할 뿐, 실제로 지역정치는 소외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위를 바라볼 때 아래에서부터 묵묵히, 그리고 탄탄히 지역을 일궈나가는 이들이 있다. <지역정치 집담회–정치의 미래, 기초에 있다>는 그들의 모습과 품고 있는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다. 분명 한국의 정치는 거대 양당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이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발전되는 것이리라.

 

※ <지역정치 집담회–정치의 미래, 기초에 있다>는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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