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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치·사람] 지역정당으로 노동정치를(202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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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52회 작성일 22-06-0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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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당으로 노동정치를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노동정치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상태

아주 간단하게, 노동정치의 경과를 복기해보자. 87년 이전의 노동정치는 논외로 하고, 87년 이후에만 한정해서 살펴본다. 현행 헌법체제는 1987년에 등장했다. 그 한계는 둘째 치더라도, 현행 헌법은 6월 시민 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산고를 거쳐 제 모습을 드러냈다. 자본과 보수정권이 일정하게 노동과의 유화국면을 감수하게 되면서, 군사정권을 뚫고 나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이 현실화의 전망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90년 전노협과 95년 민주노총의 건설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실천의 지형을 형성하였다. 경제위기상황을 빌미로 노동운동의 위축이 강요되던 과정에서, 97년 국민승리 21의 경험과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은 노동정치를 통한 위기극복의 방향을 제출하였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10명의 의원을 의회에 보내면서, 의회를 통한 변혁이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동정치의 국면 전개에 대한 기대가 고조될 때도 있었다. 국가보안법철폐운동, 한미FTA 반대운동, 이라크 파병반대 운동 등 각종 시국사안 관련 투쟁에서 노동정치가 개입하였고, 비정규입법 저지, 각종사회보험관련 법안 발의 등 노동과 관련한 원내정치가 수행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했던 당시의 노동정치는 지속적으로 정체일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노동정치를 둘러싼 환경의 악화라는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IMF 극복 이후 자본의 지배구조가 재편된 상황에서 고용유연화, 노노 갈등 조장 등 자본의 패권이 공고화되는 고도의 신자유주의 질서 강화현상은 노동정치에 대한 압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외부의 압력을 파훼할 수 있는 노동정치 자체의 역량적 한계에 있었다.

비정규직 입법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나 실질적 억제효과를 담보하지 못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실망이 증대했다.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소수’ 전략으로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실제로는 원내정치에 급속도로 함몰되면서 정작 원내에서 소수정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차별화된 견제전략을 충실히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수립된 열우당과의 공조는 노동정치의 존재감마저 흐려버렸다. 게다가 원내정치에 대한 과잉기대 속에서 대중운동이 급속도로 장외 투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원외 지지세력의 동조와 연대마저 곤란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동시에, 민주노동당의 내외적 갈등과 위기가 고조되었고, 이러한 상황은 결국 진보정당의 분열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2007년 대선 이후 노동정치의 중심축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위치가 소거되면서 민주노동당에 결합했던 노동조직의 활동역량 중 상당한 일부가 자유주의 우파세력에게 점진적으로 투항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을 경과하면서 지속적으로 증폭되었으며, 노동정치가 자유주의 우파정당의 대리정치에 의탁하는 현상은 심화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최근 2020 총선을 거치면서 부울경지역 노동운동의 OB들이 “~포럼”의 형식을 걸고 대거 민주당의 전위로 돌아서는 태세전환이 이루어졌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이들은 공공연하게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면서 노동정치의 원칙과 절연하였다.

네셔널 센터로서 민주노총의 무기력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네셔널 센터로서 민주노총은 사실상의 정치방침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은 2008년 총선 이래 “진보정치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노동정치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주요한 정치적 시기에 당면하여서도 민주노총은 기존 정당구조 자체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정치방침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증요법에 의존한 정치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대선이 되면 ‘민중후보전술’에 입각한 후보단일화 추진이 민주노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대응이 되어버린 상태이다. 총선이나 지선에서도 기껏 해봐야 각 진보정당의 후보들을 ‘민주노총 후보’로 지정한다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정국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당 중 인적, 구조적으로 일정하게 관계되어 있는 정당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는 소극적 수준의 정치활동에 머물러 있는 것이 지금의 민주노총이다.

한편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일부 노동운동 활동가들 중 상당수도 민주노총이 과거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와 같은 태도를 가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민중운동단위인 민주노총이 정당정치에 대하여 단일하고 직접적인 입장 또는 태도를 정한다는 것은 조직의 본질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을 민주노총이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 갖지 못할 바에는 그 누구도 다 갖지 못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진심이다.

민주노총의 현재 태도나 민주노총의 적극적 정치방침을 우려하는 이러한 주장은 민주노총이 출범의 목적으로 제시했던 두 가지 전망, 즉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중 후자의 실천노선을 방기하는 것이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미리 못박아 두자면, 특정 정당에 대한 일방적 입장을 정하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일한 방안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이 자체적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한 노동정치의 실현에 필요한 구체적 전망과 실천노선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음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민주노총이 확고한 전망과 실천노선을 제시하고, 그러한 방침에 동조하고 연대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기존 정당 중 이에 동의하는 정당이 있으면 그때 비로소 배타적 지지를 하면 되고, 여러 정당이 이에 동의한다면 그 정당들을 하나로 모아내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순서가 뒤집혀 있다. 일의 순서를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특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존 민주노동당과 유사한 틀을 통해 도모하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는 현재의 답보상태를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노동정치와 관련하여 계속해서 제출되는 주장의 주류는 진보진영의 재통합을 통한 규모확장으로서의 세력화 구상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여러 진보적 의제와 이에 따른 조직들을 한 틀에 모아놓고 그 가운데 일부 분과로서 노동정치를 다루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같은 형태의 연합정당 안에서 노동정치가 대리정치로 전락하였고, 분당과정에서 독자적 정치세력화조차 기획할 수 없었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이처럼 그저 일단 모여야 한다는 당위를 통한 노동정치 구현은 당분간 곤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상황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외면한 채, 또다시 묻지 말고 대동단결을 주장한다는 것은 현재 민주노총이 당면하고 있는 노동정치의 전략부재라는 곤란함을 해소할 어떤 대책도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민주노총의 한계를 심화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정치의 맥락에서 노동운동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게 되며, 현존 진보정당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고, 결과적으로 의회주의, 정당운동, 기존 노동운동에 대한 전면적 냉소가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노동운동, 노동자 정치세력화, 그리고 지역정당

고리타분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상기해보자. 현존 국가체계는 형식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고루 참여하는 민주주의 체제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계급에게 끊임없이 특권을 부여하는 체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입법, 행정, 사법이 자본에 장악된 상태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사회구조는 친자본적인 동시에 반노동적 정치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이에 대항하여, 노동자는 자신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으며, 따라서 국가차원의 민주주의, 즉 노동정치를 추구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

노동정치가 목표하는 국가 차원의 변혁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수단으로 노동정치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여야 한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권력이라는 수단의 쟁취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현실의 권력관계, 그리고 권력관계의 재생산 구조가 변혁의 전망을 가로막고 있다. 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있는 국가구조에서, 중앙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입법, 행정, 사법은 자본에게 장악되어 있고, 이 독점적 권력은 교육을 통해 독점적 질서를 정당화하는 사고를 재생산하고 독점체제의 문제를 희석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한 저변을 침식한다.

노동정치는 이 상황을 넘어서서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인 인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생활의 영역 전반에서 노동정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견지하고 노동정치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노동정치는 바로 이 저변을 확대하는 측면에 착목하기보다는 한 순간 명멸했던 중앙정치의 일부 점유를 재현하는 데에 집중해왔다. 앞서 보았듯이, 이러한 방향성은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이라는 난망한 구호만을 남길 뿐이고 실질적인 방법론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우선 그동안 노동정치와 관련해서 짚어야 할 문제들을 살펴보자. 

과연 노동정치세력이 사회 전반의 정치적 의제들과 노동을 얼마나 접합시켰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작업장 내부의 문제로만 국한시키지 않았는가?

현장에서 합의한 계급적 관점이 소비자의 입장에 섰을 때 소거되지 않았는가?

직장에서 발생시킨 사회적 문제들(환경, 안전, 젠더 등)이 직장 밖에 끼치는 영향(주거지역의 오염, 안전사고, 가사분업)을 분리하지 않았는가?

다양한 부문과 형태의 노동과 연대 연합의 가능성을 논외로 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노동자 또는 노동조직이 현장에서부터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그동안 기성 정당에 위임해왔던 의제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제들은 노동자와 노동조직이 정치의 당사자로서 직접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들이다. 사회 전반의 정치적 의제를 등한히 한 채 고립된 상태에서 노동정치는 불가능하다. 특히 발을 딛고 있는 현장,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 민주적 기초를 세우는 과정을 거칠 때 노동정치의 기반이 확보된다. 달리 보자면, 노동정치의 관점이 다른 모든 의제에 삼투되었을 때 정치적 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다. 노동정치가 사회적 제 의제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주체적인 측면에서 동료 시민들의 광범위한 동의와 연대를 확보할 수 있어야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정치의 전망이 설 수 있다. 결국 현장의 조직노동자가 지역정치의 주체로 위치하는 것에서부터 노동정치는 시작된다. 이를 위해 기초정치단위의 민주적 자치를 노동이 주도해야 한다. 단 여기서 주도는 권력을 장악하고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이를 보장하는 분권자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정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자치의 규모가 작을수록 구성원들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직접적이고 대면적인 접촉이 가능하며, 참여의 체감도가 높아지고, 정책 실현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관계하고 있는 구성원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정치활동은 대의제의 한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상호의 이해관계를 더욱 잘 파악함으로써 대안의 수립과 추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노동정치에서부터 중앙집중적 또는 상명하달식의 정치활동이 아니라 세분화된 지역단위 및 부문단위에서 각기 대표기구를 구성하고 분권화된 정치활동을 수행하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지역정당은 이러한 방향성에 가장 적합한 정치조직이다. 특히 생계를 위한 노동 현장과 일상생활이 인접지역에 있는 노동자는 이러한 정치조직의 건설과 활동에 유리하다. 지역정당은 지역주민 및 지역을 생계의 거점으로 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적 이해관계를 직접 반영하는 정치활동을 수행하며, 전국단위의 선거가 아닌 지역단위의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다. 전국정당과 달리 지역문제에 천착하며, 중앙정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지역사안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지역정당은 특히 현장 노동자 조직이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정치조직이며, 지역과 현장의 이해를 주민이자 노동자인 활동주체가 직접 책임진다는 정치적 의의가 있다.

지역정당이 노동정치의 입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민주노총의 목적 중 하나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활로가 될 수 있다. 노동정치의 네셔널 센터로서 민주노총은 지역정당의 건설과 활동이라고 하는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하며 실효적인 정치방침의 수립이 가능해진다. 민주노총은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정당을 건설하고 지역단위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해 노동정치를 수행”하는 것을 정치방침으로 세우고, 지역에서 건설되는 지역정당에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와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특정 전국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부담을 감수하거나 요식적인 후보단일화전술에 운신의 폭을 한정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공장 담벼락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하여 노동자가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짐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와의 대립관계에 한정된 정치활동(실은 경제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의 힘을 조직하고 이 힘을 통해 지역적 경제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력을 확보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즉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지역정당의 활성화는 지역의 경제구조 안에서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장악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의 바깥에서 현장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과 갈등의 현실을 현장 안에서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소비자, 사회단체의 활동가라는 제3자적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시야가 확장되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연대와 투쟁의 방식을 확보하는 관점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다른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공장 안에서는 기획하기 힘들었던 지역의 산업 전반에 대한 지역정치 차원의 정책적 대안을 노동자가 직접 제시하고 참여하게 된다. 특히 각 지역에 고유한 특성에 부합하는 대안의 확보 및 정치적 압력을 통한 산업 전반에 대한 개입과 통제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젠더, 인권, 복지 등 사회적 의제와 이에 대한 노동의 역할을 제고하게 되며, 환경, 안전문제에 대한 책임의 자각과 문제해결을 위한 전환적 대안의 수립과 추진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

특히 이러한 과제들은 선출직 공직(기초 · 광역 의회 의원 및 단체장)을 확보하면서 조례의 제정, 재정의 확보와 투입 등을 통해 공적이면서 제도적인 결과물로 현실화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전체의 동의와 연대를 확보하여 실행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정치라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 노동자들이 각 영역, 특히 산업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각각 권력을 장악하고 권한을 확보함으로써, 노동조직의 성장, 노동친화적 교육의 확대 및 여론의 조성, 지역 산업에 대한 통제력 획득, 생산자 및 소비자 협동조합의 활성화 등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지역으로부터 지배체제에 균열을 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지역정당은 단순히 (특정 조직) 노동자들의 이익단체가 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정치적 의제, 주체, 기반 등을 포괄할 수 있는 유기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로써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지역정당은 투쟁기구로서의 지위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체제전환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는 전체 사회의 변화를 목표로 여러 진보적 정치세력을 흡인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건설하는 지역정당은

(i)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주민 · 시민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ii) 다양한 구성원들이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상향식 의사형성으로 전망과 실천노선을 설정하여야 하는 조직이어야 하고, 또한 

(iii) 특정 개인 또는 조직의 권력 독점을 제어하며, 당 외부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민주적 통제와 부패의 척결을 당 내부에서 먼저 실현해야 하며, 

(iv) 지역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대안, 다양한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대안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수립해야 하며, 이를 지역정치에서 관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정당으로 노동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현장과 지역의 자치를 통해 정치권력을 주민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러한 통제력이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노동정치의 목표다. 사업장 안에서 사용자를 대상으로 임금인상과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는데 한정된 운동이 아니라, 지역과 현장을 아우르는 모든 영역에서 노동자가 주체가 되고 주민이 함께하는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을 승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역정당의 건설과 지역정치활동이다.

결국 주민자치와 결합한 현장자치로 자치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지역사회조직 전반에서 자치의 원리를 실현하는 동시에 생산수단의 사회화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노동자가 솔선하여 주체가 될 때 이러한 전망은 현실성을 갖게 된다.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지역정당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자 실현의 공간이며, 노동자와 주민 · 시민(대중 · 인민)의 협력체제이자 사회적 정치를 포괄하는 민주주의의 광장이 될 것이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위한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민주노총이 지역정당의 건설과 지역정치활동을 우선적 정치방침으로 설정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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