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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치·사람] 지금 당장, 지역정당! – 지역정당운동을 시작하며(2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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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39회 작성일 22-06-0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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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지역정당!

– 지역정당운동을 시작하며

 

윤현식 _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현 정부의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장했던 공약 중 하나가 ‘개헌’이었다. 그리고 그 개헌 공약의 내용 중 하나가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형 지방자치제’다. 공약대로 개헌이 되었다면, 1952년 시작되었다 쿠데타세력에 의해 중단된 이후 1991년에 겨우 부활해 오늘에 이른 지방자치제도의 획기적 전환을 마련하는 계기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헌과정은 지지부진했고 별다른 사회적 반향도 없이 무산되었다. 그리고 ‘분권형 지방자치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흔히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로 상징된다. 지방자치가 한 사회의 민주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민주주의의 질을 전반적으로 제고하는 정치적 효과, 행정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행정적 효과, 다채롭고 다원적인 사회를 형성하고 지역 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사회적 효과, 이러한 효과들을 바탕으로 전문화되고 특화된 지역의 발전을 고양하는 경제적 효과 등이 그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면을 간과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들을 지양하면서 긍정적인 면을 최적화하는 과정 역시 지방자치가 가진 고유한 기능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방자치가 그 본연의 의미를 주민들이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운영되는지는 의문이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과 운영의 방식을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만 보자면 지방자치는 그 여지가 매우 넓게 보장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정작 관련 법률들은 천편일률적인 형태와 운영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규율하고 있다. 헌법 또한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자치규정을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방자치의 확장력을 억제한다. 지방자치의 최대 강점이 바로 다양성의 보장인데, 우리의 지방자치는 구성원들의 이름과 얼굴이 다르다는 점에서만 다양성이 보장될 뿐이다.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형’은 언감생심이고 이래서야 ‘자치’라는 말조차 어색할 지경이다.

제도적 제한들은 새로운 정치의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법률은 우리에게 다른 형태의 지방자치를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방의회의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는 없는가? 기초의회는 추첨제로 구성하면 안 되는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내각제처럼 운영할 수는 없는가? 더 넓은 주민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아예 수백에서 수천 명이 참여하는 주민공동회로 의회를 바꿀 수는 없는가? 이러한 상상은 우리의 법제에서는 곧장 망상이 되고 만다.

지방자치가 이렇게 죽을 쑤게 되는 배경에는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압살하는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지방자치는 자치입법, 자치행정, 자치사법을 통해 실질적 운영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각 영역의 자치를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정치의 분권화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예속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할거에 기반한 거대 양당은 거점지역의 맹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지방정치를 중앙정치를 위한 동원대상으로 삼는다. 이렇듯 지역정치가 주체적으로 서지 못하면서 지방자치는 약세를 면치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게 만드는 장치가 바로 정치관계법이다.

지난 2019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 중 하나가 검찰개혁과 선거법개혁이었다. 이 두 사안을 다룬 법개정안이 상정되는 과정에서 거대 양당이 제법 뜨겁게 맞부딪쳤다. 그리고 국민들은 ‘패스트트랙’이라는 신조어의 뜻을 새기느라 분주했다. 아무튼 그중 선거법개혁의 골자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평등선거의 원칙을 살리기 위하여 표의 등가성(1표 1가의 원칙)을 높이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물론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은 필요한 것이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패스트트랙을 태울 만큼 긴절한 의제였는지도 의문이려니와, 실질적으로도 취지를 달성하기는 고사하고 사태는 비극으로 끝나버렸다. 거대 양당이 꼼수로 만든 위성정당들이 그나마 몇 되지도 않는 비례의석들을 날치기해 버렸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특히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고민하는 차원과 연계하여 아쉬웠던 것이 정당법이었다. 선거제도 개혁에 밀려 그다지 의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개혁이 더욱 절실했던 정치관계법이 바로 정당법이었다. 지방분권을 가속화하고 정치 전반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지역정당’인데, 현재의 정당법이 지역정당의 출현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지역정당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형 지방자치’까지 제시하는 정치권에서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기반인 지역정당에 대해선 왜 아무 말이 없을까?

여기까지 읽으면 이제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지역정당’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인가? ‘지역정당’은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가? 왜 지역정당‘운동’인가? 이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보다 다양하고 더욱 즐거운 참여의 방식을 기획하려 한다. 그 기획의 구체적인 결과물은 지역정당이 될 것이며, 이 여정은 지역정당을 건설하자는 운동으로 진행될 것이다. 특히 노동정치/진보정치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지역정당 건설운동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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