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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치·사람] “내 지역의 구의원은 누구인가?” ―실종된 지역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20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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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91회 작성일 22-06-0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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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역의 구의원은 누구인가?”

– 실종된 지역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윤현식 _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한국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관심의 정도를 실증적으로 측량할 방법은 없으나, 경험상 오히려 정치과잉이 문제라고 할까. 하지만 정치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매우 편향되어 있다는 건 분명하다. 대부분 경우, 주변 장삼이사들의 ‘정치’ 이야기는 중앙언론에서 주로 다루는 인물론에 집중되어 있다. 사람들이 펼치는 정치토론의 탁자 위에는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 그 주변 인물, 최근 스캔들의 주인공까지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회의원의 계보며 각 정당의 관계며 자기 지역구 의원에 대한 호불호까지 그 관심 영역도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 열에 아홉은 입을 닫는다.

“사는 곳의 구청장이 누구인가?”
“지역의 구의회 의원은 누구인가?”
“지역에 영향이 있는 주민단체는 어디인가?”

기초지방의회의 선거에 정당공천을 없애자는 논의가 여전히 분분하다. 현직인 진영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한다. 경실련과 기초지자체장협의회 등 일부 조직들이 이전부터 주장하던 내용이다. 기초단체 선거의 정당공천을 폐지하자고 주장해왔던 진영은 진영 장관의 입장을 환영하고 있다.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나온다. 몇 해 전에 논란이 되었던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저질스러운 행동들이 기초의회 폐지론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기초의회의 문제점은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예천군의회와 같이 의원 개개인의 자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도 있고, 의회를 거수기 집합소로 전락시키거나 지역 토호들과 결탁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들 외에 본질적인 측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도 있다. 기초단체나 기초의회가 뭘 하고자 해도 어차피 중앙정부와 국회에 종속되어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거다. 진영 장관이나 경실련 등도 이 부분을 지적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해 주민에 의한 생활자치를 실현해야 하는데, 중앙정부 및 전국정당이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위력을 행사하는 구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 위력행사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당공천이다. 그러므로 기초단위의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수준과 정당공천제의 상관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역정치는 지방의회 의원의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횡행하는 구습 중 하나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기초의원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행태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재선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지역의 책임자로 앉히려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의 얼굴을 잘 알리는 사람을 활용하는 대신 그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 구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채 지역정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의회가 지자체를 견제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특히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다수의 소속 정당이 같은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은 상실하는 반면 지자체와의 결속은 강화되면서 결국 거수기로 전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치로부터 독립된 주민에 의한 생활자치는 실종된다.

그러면 진영 장관이나 경실련 등 단체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기초단위의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자고 주장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방행정까지를 총괄하는 중앙부처인 행안부 입장에서는 정당의 입장과 무관하게 지자체와 협력할 수 있는 의회가 필요하다. 어차피 지자체는 행안부의 손안에 있고,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는 그저 지자체의 행정에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정당의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건 행정의 효율을 저해하는 방해물일 뿐이다. 정당공천이 사라진 기초의회에는 누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는 유력한 개인 또는 단체다. 전국적 활동망을 가졌으며 지역마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실련 같은 단체가 특히 그렇다. 전국정당의 입장이 당론이라는 이유로 전제되면서 지역단체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정당공천제도가 없다면 이러한 충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그 뒤에 남는 건 지역 토호들의 이해관계 뿐이다.

이처럼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역 토호들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 있는 지방자치를 그나마 지켜주는 역할을 한 제도가 정당공천이다. 정당공천제도에 대한 문제제기와 불신이 있지만, 정당공천의 부정적 역할을 과대 포장하여 이를 폐지하는 건 이만저만한 소탐대실이 아니다. 더불어 이러한 이유를 빙자하여 기초지자체의 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없애자는 말은 지방정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드러낸다. 진영 장관 등이 이야기하는 ‘주민에 의한 생활자치’는 그 자체가 정치활동이다. 이를 보장하는 경로가 전국단위의 정치와 개별 지역의 정치가 형성하는 관계에서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지역의 대표자가 자신을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이 민주적인가다.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다양한 경로로 나와 서로의 비전과 실천경로를 두고 주민들의 지지를 얻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정당의 공천이 문제라면 유권자인 주민들이 그것을 판단하면 된다. 오히려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다 보니, 지역의 주민들에게 기초의회 의원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는 모순이 일어난다. 그보다는 국회의원 아무개하고 같은 당이냐 아니냐, 그 당의 공천을 받았느냐 아니냐 정도가 관심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정작 기초의원의 이름은 잊힌다.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분권형 지방자치라는 건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다. 지방분권으로 지방자치를 강화하자는 당위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분권형 지방자치로 가려면 몇 가지 지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타나야 한다. 자율성이 보장된 자치입법, 자치재정을 포함한 자치행정, 그리고 자치사법의 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지방자치의 수준으로 바로 직결된다. 그러나 자치입법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 조례를 만드는 데 급급할 뿐이고, 자치행정의 핵심이 되는 자치재정은 지역별 편차도 큰 데다 특히 기초단위에서는 재정자립이 가능한 자치단체가 그리 많지도 않은 형편이다. 여기에 자치사법은 아직 발도 떼지 못한 형국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헌법을 비롯한 각종 제도가 충분히 지역의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데까지 나가지 못한 한계가 있다. 조례는 오로지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만들 수 있고, 법률들은 지역의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바로 여기서 제동이 걸린다. 법이 그런데 어떻게 하냐는 거다. 그렇다면 법을 바꾸면 되지 않는가? 맞다. 법을 바꾸면 되는데 법이 바뀔 생각을 않는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전국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역주체의 자주적인 지역정치가 활성화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른 정치인들로 인해 자신의 지역적 기반이 흔들리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정치주체들이 독자적이고 지역특화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소극적이다. 중앙정치가 지역정치를 그저 하수인 취급하는 동안 지역정치는 고사한다.

이 지역정치의 근간을 되살리고 보다 지방자치의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정치의 활성화는 무엇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지역정당이다. 지역정당과 지역정치의 관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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