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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치·사람] 무엇이 지역정당 설립을 가로막는가? ―법률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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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03회 작성일 22-06-0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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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지역정당 설립을 가로막는가?

– 법률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

 

윤현식 _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앞선 글들에서 지역정당의 설립을 가로막는 현재의 법·제도를 간단하게 살펴봤다. 물론 언급한 법률들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정치관계법’이라고 하는 모든 관련법들의 구조 자체가 지역정당을 전제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기본적으로 전국정당이 아니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에만 한정되어 적용된다. 어차피 정당법상 지역정당이 존재할 수 없기에 지역정당에 고유한 선거방식이라는 걸 제도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정당 문제를 떠나서 공직선거법은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운 법이다. 2019년 온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든 ‘패스트트랙’ 사태의 핵심이 바로 공직선거법이었다. 난장판에 가까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이 남긴 결과는 유권자들을 기만했던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처리뿐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정당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끼어들 여지조차 없었다.

정치자금법도 마찬가지다. 정치자금법 역시 공직선거법처럼 현행의 정당법 체계에서 굳이 지역정당을 고려한 제도를 갖출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정치자금법 제6조는 후원회 지정권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정당의 후원회는 중앙당에 대해서만 조직할 수 있다. 지역정당은 중앙당이 있을 수 없는 체계이므로 후원회 또한 언감생심이다. 제27조는 국고보조금의 배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기초의회의원선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주로 기초의회의원선거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될 지역정당 같은 조직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규정이다.

이처럼 현행 법·제도하에서 지역정당은 창당될 수가 없다. 그래서 지역정당 건설 운동은 망상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정작 지역정당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은 법률이 아니다.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하며 주먹 불끈 쥐고 투쟁했던 그 결기만 잃지 않았다면 법률이라는 장벽은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법률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지역정당에 대한 오해와 전국정당에 대한 미련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특히 노동정치/진보정치 활로 모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노동정치/진보정치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견고한 양당체제가 고착되는 가운데 ‘진보정당’들은 연명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정의당이 6석의 의석을 확보한 채 원내정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노동당과 진보당 등은 원외정당으로서 간난신고를 겪고 있다. 진보정당의 위축과 정체는 사회의 반동적 경향을 촉진하기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지향하는 노동정치/진보정치는 이 시대적 퇴행을 돌아 세우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책으로서 스스로 정치적 위상을 제고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 나갈 것인가? 그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지역정당이다. 이 시리즈물을 시작하면서 간략하게 정리했다시피 지역정치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민주주의의 진전과 분권의 실질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이 지역정치를 활성화하고 본래의 취지에 걸맞은 형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저의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지역정당이다. 이러한 지역정당의 성격은 노동정치/진보정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노동정치/지역정치가 추구했던 정치의 출발점은 바로 현장과 지역이다. 다시 논의하겠지만, 현장과 지역에 대한 관점과 이념은 그동안 진보정당의 성장과 분열과 충돌의 이유였다. 그토록 중요한 현장과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정치가 바로 지역정치이다. 지역정당의 최우선 정치가 바로 지역정치임을 고려한다면, 현장과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강조하는 노동정치/진보정치야말로 지역정당을 통해 그 활로를 개척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통적인 노동정치/지역정치 세력은 지역정당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를 하기도 한다. 특히 전국정당의 활동가들은 지역정당이 자신이 속한 전국정당과 충돌하거나 그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더불어 지역정당을 만들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는 회의도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전국정당의 역할과 능력을 강조하면서 노동정치/진보정치의 통합적 전국정당화를 우선하는 경향도 지역정당 논의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오해와 거부감, 회의에도 근거는 있다. 실제로 향후 건설될 지역정당이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이들 문제를 정확하게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전국정당으로서 통합적 진보정당을 당장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대단히 논쟁적인 주제가 될 터이나 피해갈 수는 없다. 노동정치/진보정치의 장기과제로서 통합적 진보정당의 건설의 당위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지금 당장 노동정치/진보정치가 현실정치에서 답보를 벗어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찾지 않은 채 당위에 얽매여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후에는 전국정당 건설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 대당으로서 지역정당의 건설을 주장하기로 한다. 또한 지역정당에 대한 각종의 오해와 우려에 대해 논의하면서 대안으로서 지역정당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대안과 운동의 방식을 제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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